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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다반사368

나를 지키기 위해 필요했던 두 단어 나를 지키기 위해 필요했던 두 단어 Agility, 그리고 Integrity 나는 꽤 오랫동안 단어 두 개를 마음속 지갑 속에 넣고 다녔다. 지폐도 아니고 명함도 아닌, 그냥 단어. 정확히는 영어 단어 두 개. 'Agility'와 'Integrity'. 사람들에게 이 얘기를 하면 대부분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그다음 할 말을 잃는다. 뭔가 깊은 말 같기도 하고, 그냥 영어 단어 두 개 같기도 한 그 묘한 표정. 나는 그 표정이 좋다. 사실 이 단어들과의 인연은 거창하지 않다. 여러 인더스트리와 회사들 그리고 사람들을만나며 한국 사회에서 경력이란 건 종종 정글처럼 자란다. 울창하고 무성하지만, 길을 잃기 쉽다. 그 안에서 나는 꽤 자주 방향을 잃었고, 그보다 더 자주 나 자신을 .. 2026. 3. 11.
오늘이 처음인 것처럼 시간이 빠르다고 느끼기 시작한 것이 언제부터였을까. 어릴 때는 여름방학이 영원처럼 길었다. 하루가 하나의 세계였고, 오후 세 시의 햇살과 저녁 무렵 귀뚜라미 소리 사이에 수많은 사건들이 촘촘히 끼어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한 달이 일주일처럼, 일 년이 한 달처럼 지나간다. 달력을 넘기다 보면 "벌써?"라는 말이 입에서 먼저 나온다. 26년도 벌써 3월이 지나고 있다. 우리는 이것을 나이 탓이라고,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치부한다. 하지만 정말 그런 것일까. 심리학자들은 시간이 빠르게 느껴지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 뇌는 새로운 경험을 저장할 때 더 많은 기억의 공간을 쓴다. 처음 가보는 길, 처음 먹어보는 음식, 처음 만나는 사람 등 이런 '처음'들이 쌓일수록 시간은 풍성하게 기억된다. .. 2026. 3. 10.
매일 5분 뛰고 5분 글쓰기_2026년 3월 9일 (월요일)_100가지 용기이야기 #92_일주일의 용기_마지막 카운트다운 - 날씨: 맑음, 월요일의 시작 - 기온: 최저 -1도, 최고 6도 오늘은 월요일이다. 다시 일상이다. 하지만 특별한 월요일이다. 92일째. 100일까지 정확히 일주일 남았다. 7일. 168시간. 10,080분.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계산했다. 오늘 월요일, 내일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 7일. 다음 월요일 3월 16일이 100일째다. 정확히 일주일. 손가락으로 셀 수 있는 날들. 출근길 지하철에서 생각했다. '일주일이면 뭘 할 수 있을까?' 92일간 해온 것들. 달리기, 글쓰기, 가족 시간. 일주일 더 하면 된다. 간단하다. 하지만 동시에 무겁다. 마지막 일주일이라는 것이.회사에서 동료가 물었다. "무슨 생각해? 멍하니 있네." "아, 미안. 생각 중이.. 2026. 3. 9.
'왕과사는남자' 영화 감상평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가끔 영화감독이라것을 잊어 버리는 장항준 감독의 유연한 연출력과 배우 유해진의 독보적인 서민적 페이소스가 만나, 조선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장면 중 하나인 '단종 유배기'를 전혀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사실을 바탕으로 상상을 가미하여 웃음의 해학 뒤에 가려진 핏빛 역사의 잔영 — 1. 비극의 가장자리에 핀 기묘한 웃음영화 는 숙부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찬탈당하고 강원도 영월로 유배된 어린 임금 단종과, 그를 보필하게 된 한 사내의 기묘한 동거를 다룬다. 자칫 무겁고 장엄하게만 흐를 수 있는 이 비극적 소재를 장항준 감독은 특유의 '낙천적 터치'와 '해학'으로 풀어낸다. 영화의 전반부를 지배하는 코믹한 요소들은 단순히 관객의 웃음을 유발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다. 유해진이.. 2026. 3. 2.
이해한다는 착각 나는 오랫동안 "이해해"라는 말이 사랑인 줄 알았다.하지만 그것은 남의 우주를 내 손바닥에 올려놓은 착각이었다.같은 하늘 아래 누군가는 아름답다 하고 누군가는 너무하다 한다. 우리는 애초에 서로에게 닿을 수 없다.닿을 수 없는 곳까지 손을 뻗으면— 먼저 닳는 것은 언제나 나였다.멘탈이 강한 사람은 이해하지 않는다. 대신 묻는다."그때, 어떤 느낌이었어?"이 질문의 화살표는 나를 향하지 않는다. 당신 안의 어둠 속으로 조용히 등불을 들이밀 뿐이다. 나 자신에게 한 번도 묻지 않은 사람이 타인에게 좋은 질문을 할 수 없다.모든 관계는 내가 나를 대하는 방식의 그림자다.오늘 하루, 단 하나만 물어보자."오늘 내 하루에 이름을 붙인다면?"그 대답 속에— 오늘의 내가 살고 있다. 2026. 2. 26.
차례상 앞에서, 우리는 무엇에 절하고 있는가 명절이 가까워지면 대형마트마다 '차례상 세트'가 진열대를 채운다. 조율이시, 홍동백서의 순서를 두고 형제끼리 다투고, 어머니들은 사흘 전부터 부엌에서 허리를 구부린다. 그리고 차례가 끝나면 어김없이 어딘가에 '명절 증후군'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우리는 매년 이 장면을 반복하면서도, 정작 이 의례가 어디서 왔는지, 왜 이렇게 하고 있는지 묻지 않는다. 익숙함은 언제나 질문을 잠재운다. 차례(茶禮)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그 뿌리는 중국 송나라의 성리학자 주희(朱熹)가 편찬한 『가례(家禮)』에 닿는다. 고려 말, 성리학이 조선 건국의 이념적 토대로 수입되면서 이 예법 역시 함께 들어왔다. 조선의 사대부들은 『가례』를 교과서 삼아 제사와 관혼상제의 형식을 정립했고, 그것이 수백 년에 걸쳐 민간으로 내려앉.. 2026.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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