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내면 근력
원제 : Inner Excellence
저자: 짐 머피
출판: 윌북
출간 2026년 4월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8955379
그라운드 위에서 책을 펼친 남자
2025년 1월 12일, 미국 전역에서 3600만 명이 지켜보던 NFL 와일드카드 경기장 사이드라인. 필라델피아 이글스의 와이드 리시버 A.J. 브라운이 헬멧도 벗지 않은 채로 경기가 진행되는 중에 벤치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카메라가 클로즈업을 하자 책 제목이 선명하게 잡혔다. 『Inner Excellence』. 그 순간부터 아마존 판매 순위는 수직으로 치솟았다. 52만 3497위에서 단 하루 만에 1위. 증가율로 환산하면 5327만 퍼센트. 숫자를 잘못 본 것이 아니다. 그것은 통계가 아니라 일종의 사건이었다.
경기 후 라커룸에서 브라운은 이렇게 말했다. "이 책을 읽으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겨요. 저는 매 공격 이후마다 이 책으로 돌아와 마음을 다잡습니다." 그의 동료들은 이 책을 '레시피(The Recipe)'라고 불렀다. 최고의 경기를 위한 비법처럼.
그리고 두 달 뒤 슈퍼볼 LIX에서도 브라운은 다시 책을 펼쳤다. 하프타임, 이글스가 캔자스시티 치프스를 24대 0으로 앞서던 그 순간에.
불편함은 어디서 오는가
나는 이 장면이 처음에 솔직히 조금 불편했다. '과한 연출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수십만 명이 보는 경기장에서, 이미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는 선수가 자기계발서를 읽는다는 것이 마치 계산된 퍼포먼스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곧 그 불편함이 책 때문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서 오는 것임을 알아챘다.
우리는 '내면'이라는 단어를 어느 순간부터 조금 우습게 여기기 시작했다. 자기계발서 코너에 쌓인 수백 권의 책들이 그 단어를 너무 남용했기 때문이다. 내면의 힘, 내면의 치유, 내면의 아이. 단어는 닳아서 거죽만 남았다. 그러니 경기장에서 이 책을 읽는 선수를 보며 '또 그런 류의 책인가' 하고 고개를 돌리고 싶어지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짐 머피는 다른 곳에서 출발한 사람이다.
9만 달러 빚쟁이의 철학
저자 짐 머피는 1988년 시카고 컵스에 13라운드 드래프트로 입단한 전직 야구선수였다. 시력 문제로 선수 생활을 일찍 접어야 했고, 이후 그는 오랜 시간 스스로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탁월함이란 무엇인가. 왜 어떤 사람은 같은 상황에서 무너지고, 어떤 사람은 꽃을 피우는가.'
그는 이 질문을 붙들고 투손의 작은 집에서 거의 모든 것을 팔아치운 채 홀로 살며 책을 썼다. 세계의 정상급 운동선수들과 전문가들을 만나러 전 세계를 누볐다. 자기 돈으로. 그 결과 책이 완성됐을 때 그의 빚은 9만 달러였다. 그리고 어느 해 12월, 그 책은 한 주에 다섯 권이 팔렸다.
완전한 실패처럼 보이는 이 이야기의 결말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주목하는 것은 결말이 아니다. 그 빚더미 속에서도 그가 매일 핸드폰에 저장해두고 읽었다는 문장이다.
"나는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다."
이것이 자기 기만인가, 믿음인가. 스토아 철학자들은 이런 물음 앞에서 무어라 했을까. 에픽테토스는 말했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 바로 우리의 판단과 의지라고. 머피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아마존 순위는 그의 손에 없었지만, 그 문장을 매일 반복하겠다는 선택은 그의 것이었다.
'잘못된 게임'을 하고 있는 우리
책은 19세기 일본 사무라이의 이야기로 마무리되는데 무사 계급이 폐지되던 날, 정체성을 잃어버린 한 사무라이가 알코올 중독자로 생을 마쳤다는 이야기. 머피는 이 이야기와 자신의 삶을 나란히 놓으며 묻는다. 우리는 지금 어떤 정체성에 기대어 살고 있는가.
"우리 대부분은 평생 잘못된 게임을 해왔다. 단기적인 승리, 일시적인 행복, 표면적인 성취에 집중해왔다. 하지만 우리는 그보다 훨씬 더 큰 것을 위해 만들어졌다."
맞는 말이다 알고 있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40대의 어느 날 아침, 나는 내가 목표로 했던 자리에 거의 다 와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이 가볍지 않았다. 더 높은 곳에 올라가야 한다는 강박은 여전했고, 내려올 수 없다는 두려움은 오히려 커져 있었다. 성과가 쌓일수록 그것을 잃을까 봐 더 조심스러워졌다. 이것이 탁월함인가, 아니면 그냥 더 정교해진 불안인가.
머피는 이 지점을 정확히 짚는다. 외부의 성과에서 자신의 가치를 찾을 때, 우리는 언제나 흔들릴 수밖에 없다. 성적이 오르면 자존감이 오르고, 성적이 내려가면 자존감도 내려간다. 이것은 탁월함이 아니라 의존이다.
내면 근력이란 무엇인가
짐 머피가 말하는 '내면 근력'은 신비로운 개념이 아니다. 그것은 단순하다. 성과나 지위, 타인의 시선에 관계없이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을 유지하는 힘. 상황이 어떻든 내가 선택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힘. 그리고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을 향한 과도한 비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브라운이 경기 중에 이 책을 읽으며 밑줄 친 구절 중 하나는 이것이었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너무 가혹하다. 후회와 실패를 끝없이 증폭시키며, 정작 가능한 것을 보지 못한다. 상황과 무관한 깊은 평온함, 기쁨, 자신감으로 가득 찬 삶이 가능하다."
나는 이 문장을 한국어로 읽으면서, 문득 다산 정약용이 떠올랐다. 유배지에서 500권의 책을 쓴 사람. 외부에서 모든 것을 빼앗긴 상황에서도 내면의 작업을 멈추지 않은 사람. 그것이 바로 머피가 말하는 내면 근력의 실례가 아닐까.
왜 지금, 이 불편한 책을 마주해야 하는가
우리는 지금 성과를 측정하는 도구가 그 어느 때보다 정교해진 시대에 살고 있다. 매출 수치, 팔로워 수, 프로필의 타이틀. 우리는 이 숫자들로 서로를 판단하고, 그 숫자들로 스스로를 재단한다.
그런데 그 숫자들이 흔들릴 때, 우리는 얼마나 버틸 수 있는가.
이 책이 불편한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 이 책은 성공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성공'이라고 믿어온 것들을 다시 들여다보라고 요구한다. 그것은 편하지 않다. 우리가 평생 쌓아온 기준들을 잠시 내려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이다. 나는 지금 어떤 게임을 하고 있는가.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실패인가, 아니면 성취 이후의 공허함인가. 나는 무언가를 '갖기 위해' 살고 있는가, 아니면 무언가가 '되기 위해' 살고 있는가.
아마존 독자평에 누군가 이런 글을 남겼다. "이 책은 어떻게 세상에서 최고의 성공을 거두는지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어떻게 내 자신이 최고의 성공이 되는지를 알려준다."
A.J. 브라운은 경기장에서 책을 읽었다. 수백만 명이 지켜보는 그라운드 위에서. 그것이 퍼포먼스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제 그 장면을 다르게 읽는다. 그것은 누군가가 '결과'가 아닌 '존재'로서의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순간이었다.
이 책은 화려하지 않다. 요약하기도 쉽지 않다. 읽고 나면 무언가를 얻은 것 같기도 하고, 오히려 더 많은 질문만 안겨준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불편하다. 그리고 바로 그 불편함이, 지금 우리가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탁월함이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해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을 위해 가장 훌륭해지는 것이다." — 짐 머피, 『내면 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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