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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고 생각하기

당신은 전략가입니까_신시아 A. 몽고메리

by SSODANIST 2026.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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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당신은 전략가입니까 - 특별증보판,
  • 원제 : The Strategist: Be the Leader Your Business Needs (2012년)
  • 부제: 세계 0.1%에게만 허락된 특권, 하버드경영대학원의 전설적 전략 강의 
  • 저자: 신시아 A. 몽고메리
  • 옮긴이: 이현주
  • 출판: 리더스북
  • 출간: 2014년 1월

전략은 완성이 아니라 여정이다

 

가끔 책 한 권이 질문 하나로 기억에 남을 때가 있다. 신시아 몽고메리의 이 책은 제목 자체가 그 질문이다. '당신은 전략가입니까?' 처음 이 물음을 마주했을 때, 나는 잠시 멈칫했다. 전략? 수십 년 가까이 현장을 뛰어다니며 전략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런데 정작 '전략가'인가를 물으니, 어디선가 바람이 한 줄기 빠져나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2012년 출간된 이 책은 하버드경영대학원의 신시아 몽고메리 교수가 자신의 경영자 교육 프로그램, 이른바 EOP(Entrepreneur, Owner, President) 강의를 토대로 쓴 책이다. 전세계 35개국에서 모여든 베테랑 경영인들을 상대로 3년에 걸쳐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놀랍도록 단순하다. 리더 스스로가 전략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 컨설턴트에게 맡기거나 기획실에 위임해서는 안 된다는 것. 전략은 외주가 아니라 삶이어야 한다는 것.

 

책은 첫머리에서 마스코(Masco Corporation) 사례를 꺼낸다. 수처리 기구와 욕실 부품으로 업계를 평정했던 이 회사의 리처드 매누기안 회장이 가구 시장에 뛰어드는 결정을 내린 이야기다. 당시 EOP 참가자들은 대부분 투자하라는 쪽으로 손을 들었다. 영리하고 담대했으며, 어려운 문제를 헤쳐나가는 데 자신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참혹했다. 14억 달러를 쏟아부은 마스코의 가구 사업은 결국 6억 5천만 달러에 처분되며 막을 내렸다. 몽고메리 교수가 이 사례로 전하고 싶었던 것은 하나다. 전략가에게 필요한 용기는 과신(過信)과는 다르다. 좋은 전략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자신감이 어느 순간 내가 어떤 업종에서든 통한다는 착각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경고다.

 

책의 중심에는 '목적(purpose)'이 놓여 있다. 몽고메리 교수는 묻는다. '오늘 당신의 회사가 문을 닫는다면, 고객은 진짜 무언가를 잃었다고 느낄까?' 이 질문 앞에서 경쟁우위, 시장점유율, 이익률 같은 단어들이 갑자기 가볍게 느껴진다. 그녀가 예로 드는 IKEA는 단순한 가구 브랜드가 아니다. 평범한 중산층 가정이 감당할 수 있는 가격으로 아름다운 생활을 가능하게 한다는 목적을 가진 기업이다. 그 목적이 전략의 뿌리이자 동력이며, 수십 년이 지나도 흔들리지 않는 경쟁력의 원천이다. 전략이란 경쟁자를 이기는 기술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에 진짜 필요한 존재가 되는 방식이라는 것을 IKEA의 이야기는 조용히 증명한다.

 

이 책이 나온 것이 2012년이니, 벌써 십여 년이 훌쩍 넘었다. AI가 전략 초안을 써주고, 플랫폼이 시장을 재편하며, 지정학이 공급망을 흔드는 오늘의 세계와는 꽤 다른 시절의 이야기다. 일부 독자들은 사례가 낡았다, 디지털 전환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고 지적한다. 맞는 말이다. 책에 등장하는 기업들 중 몇몇은 그 이후 크게 달라졌거나, 아예 시장에서 사라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의 핵심은 사례에 있지 않다. 왜 이 회사가 존재해야 하는가를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는 것, 전략은 한 번 만들어 서랍에 넣어두는 문서가 아니라 매일의 선택 속에 살아 숨 쉬어야 한다는 것, 그 진실은 2012년에도 2026년에도 변하지 않는다.

 

몽고메리 교수는 전략과 리더십이 한때 붙어 있었다가 점차 분리되었다고 진단한다. 전략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리더는 실행과 관리만을 담당하는 구조가 굳어지면서, 정작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질 사람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피카소가 자신을 모방하는 것이 타인을 모방하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 그것은 불모를 낳는다고 했듯, 리더가 과거의 성공 공식을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답습할 때 기업은 천천히 굳어간다. 살아있는 전략가란, 어제의 답을 오늘도 반복하지 않는 사람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오래 머문 대목은 전략 진술(strategy statement)에 관한 부분이다. 몽고메리 교수는 많은 전략 문서가 무엇은 말하지만 어떻게를 빠뜨린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고객이 없다고도 꼬집는다. 우리 회사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내는지가 명확하지 않은 전략은, 아무리 길고 정교해도 죽은 문서에 불과하다. 읽고 나서 나는 오래된 서랍을 뒤적였다. 직접 관여했던 몇몇 조직의 전략 문건들을. 그 안에 고객이 살아있었던가.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이 책은 두껍지 않다. 그러나 가볍지도 않다. 페이지마다 질문이 숨어 있다. 독자로 하여금 계속 멈추게 만드는, 그런 종류의 책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기본적인 유용성에서 몇 배나 두꺼운 책들을 능가한다고 평했고, 나도 그 말에 동의한다. 전략을 처음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훌륭한 입문서가 될 것이고, 이미 오랜 경험을 쌓은 경영자에게는 거울처럼 자신을 비추어보게 하는 책이다.

 

책을 덮고 나서 그 질문이 다시 떠올랐다. 당신은 전략가입니까? 이제는 조금 다르게 들린다. 그것은 직함이나 자격증의 문제가 아니다. 오늘 내가 이끄는 조직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 내일도 그 이유가 유효한지를 매일 스스로에게 물을 수 있는지의 문제다. 전략은 문서가 아니라 태도이고, 한 번의 결정이 아니라 끊임없는 여정이다.

 

신시아 몽고메리, 《당신은 전략가입니까? (The Strategist,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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