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이 울타리는 여기 있을까
신임 리더가 가장 먼저 배워야 할 질문
최근 새로운 조직의 대표가 되었다. 부임하던 첫 주, 나는 아주 오래된 결재 규정 하나를 발견했다. 별것 아닌 지출까지 세 단계 결재를 거치게 되어 있는, 누가 봐도 비효율적인 절차였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건 당장 없애야겠다. 실행 속도만 늦추는 유물이다.'
결재선을 간소화하겠다고 공표하려던 순간, 오래 일한 직원 한 명이 조용히 다가와 말했다. "대표님, 그 규정은 몇 년 전 큰 사고 이후에 생긴 겁니다." 알고 보니 그 세 단계 결재는 과거 한 담당자의 독단적인 지출 승인이 회사에 상당한 손실을 입힌 사건 이후, 재발을 막기 위해 만든 안전장치였다. 나는 울타리를 무너뜨리기 직전에, 그 울타리가 왜 세워졌는지도 모른 채 손을 대려 하고 있었다.
체스터튼의 울타리
영국의 사상가 G. K. 체스터튼은 이런 상황에 이름을 붙였다. 길 한가운데 아무 이유 없어 보이는 울타리가 서 있다고 하자. 개혁가는 "이건 쓸모가 없으니 치워버리자." 라고 말한다. 체스터튼은 울타리가 왜 세워졌는지 알기 전까지는, 절대 치워서는 안 된다고 반문한다. 이. 이유를 모른 채 없애는 사람은, 그 울타리가 막고 있던 무언가를 다시 불러들일 뿐이라는 것이다. (밴드오브 브라더스에 소떼가 사건이 떠오른다.)
이 오래된 통찰이 유독 신임 리더에게 뼈아픈 이유가 있다. 새로 부임한 자리에서 우리는 조직의 비효율을 가장 예리하게 볼 수 있는 눈을 갖는다. 오래 몸담은 사람들은 보지 못하는 낡은 관행이, 신선한 시선에는 선명하게 들어온다. 문제는 그 예리함이 종종 조급함과 짝을 이룬다는 데 있다. 빨리 성과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 내가 왔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은 마음이, "왜"를 묻는 대신 "치우자"는 결론으로 먼저 달려가게 만든다.
두 종류의 무지
여기서 신임 리더는 갈림길에 선다. 하나는 관성에 굴복하는 길이다. "원래 그래왔으니까"라는 말에 안주하며, 정말로 쓸모를 다한 울타리조차 건드리지 못하는 리더가 있다. 이는 체스터튼이 경계한 것과는 또 다른 실패다. 그가 말한 것은 무조건 지키라는 뜻이 아니라, 이유를 알고 나서 판단하라는 뜻이었다. 알고도 없애는 것과, 모르고 지키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없다. 둘 다 사유하지 않은 결과이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성급한 개혁의 길이다. 이유를 묻지 않고 손부터 대는 리더는, 조직의 기억 속에 묻혀 있던 위험을 다시 불러들인다. 나 역시 그 세 단계 결재 규정 뒤에 숨은 사고의 역사를 알지 못했다면, 몇 년 전 조직이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배운 교훈을 아무렇지 않게 지워버릴 뻔했다.
진짜 리더십은 이 둘 사이, 즉 겸손한 질문의 자리에 있다. "이 울타리는 왜 여기 서 있습니까?"라고 묻는 순간, 우리는 조직의 역사와 대화를 시작하게 된다. 그 대화 속에서 어떤 울타리는 여전히 유효한 이유로 서 있음을 발견하고, 어떤 울타리는 이미 그 이유가 소멸했음을 확인한다. 후자만이 온전히 걷어낼 자격을 얻는다.
질문이 곧 리더십이다
동양의 옛 사람들은 이를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 불렀다. 옛것을 충분히 배워본 뒤에야 새것을 안다는 뜻이다. 옛것을 거치지 않고 곧장 새것으로 건너뛰는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버렸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 같은 실수를 반복할 위험을 안고 산다. 체스터튼의 울타리와 온고지신은 결국 같은 자리를 가리킨다. 속도보다 이해가 먼저라는 것, 그리고 이해는 질문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신임 리더에게 이것은 나약함의 다른 이름이 아니다. 오히려 가장 용기 있는 태도다. 모든 것을 다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먼저 조직에 귀 기울이는 태도야말로 결국 더 정확하고 더 오래가는 변화를 만든다. 나는 그 결재 규정을 없애지 않았다. 대신 그 사고의 전말을 팀 전체와 공유하고, 같은 위험을 다른 방식으로 예방할 수 있는 더 가벼운 절차를 함께 설계했다. 울타리는 사라졌지만, 그 울타리가 지키던 이유는 다른 형태로 남았다.
새로운 자리에 서게 될 모든 리더에게 전하고 싶다. 당신 앞의 울타리가 낡아 보이거든, 먼저 그 앞에 멈춰 서서 물어보라. "이건 왜 여기 있을까." 그 질문 하나가, 성급한 개혁가와 진짜 리더를 가르는 가장 작지만 가장 중요한 차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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