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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고 생각하기

전략적 피벗

by SSODANIST 2026.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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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전략적 피벗
  • 부제: AI 시대, 개인과 기업의 생존 공식을 바꾸는 법 
  • 저자: 최연성
  • 출판: 터닝페이지
  • 출간: 2026년 6월

방향을 바꾼다는 것, 그 용기에 대하여

한때 나는 '한 우물 파기'를 신봉하는 사람이었다. 어느 분야를 깊이 파고들면 그 깊이가 결국 나를 먹여 살릴 것이라는 믿음, 혹은 믿고 싶었던 마음 같은 것. 그러나 올해 초, 십 년 넘게 함께 한우물을 파던 친구 동료들이 조용히 회사를 떠나는 것을 보면서 그 확신에 처음으로 금이 갔다. 그들은 무능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누구보다 특정 업무에 능숙했다. 다만 그 업무가 어느 날부터 무언가로 대체되기 시작했을 뿐이다.

이책은 그 균열을 정직하게 들여다보게 해주는 책이다. 리먼 브라더스가 무너진 2008년의 장면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158년 역사의 거대 금융기관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면서 수천 명의 전문가가 자신의 경력을 어디에 써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 놓였던 그 아이러니를 첫 페이지에 소환한다. 그들이 무능해서가 아니었다. 그들은 너무나 특정한 맥락에만 최적화되어 있었고, 그 맥락 자체가 사라져버렸을 뿐이다.

"피벗은 역량을 버리는 일이 아니라, 역량을 중심으로 방향을 바꾸는 일이다."

저자가 말하는 피벗의 핵심은  농구 선수가 한 발을 땅에 고정한 채 다른 발로 방향을 바꾸듯, 우리도 지켜야 할 핵심 역량은 붙잡은 채 새로운 시장을 향해 몸을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 이 비유를 읽었을 때 나는 잠시 멍하니 앉아 있었다. 내가 그동안 '방향 바꾸기'라고 부르기를 두려워했던 것들이 사실은 '역량 버리기'가 아니었음을, 그 책이 조용히 일깨워 주었기 때문이다.

전이 가능한 역량을 발견하는 일

책은 개인의 커리어를 세 갈래로 나눈다. 산업 피벗, 직무 피벗, 그리고 창업·독립 피벗. 이 분류가 신선한 것은 방향의 크기를 다르게 설정했기 때문이다. 산업 전체를 바꾸는 큰 피벗도 있지만, 같은 산업 안에서 맡는 역할을 달리하는 작은 피벗도 있다. 저자는 어느 것이 더 낫다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이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어느 방향으로 몸을 돌리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지를 살피라고 권한다.

그러면서 그는 묻는다. 당신이 해온 일 중에서 어느 회사, 어느 산업에서도 통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보고서를 잘 쓰는 능력, 상대를 설득하는 감각,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눈. 이것들은 특정 회사 안에서만 쓰이는 기능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어디든 옮겨갈 수 있는 자산이다. 그는 이것을 전이 가능한 역량이라 부른다. 읽으면서 나는 내 일의 어느 부분이 그에 해당하는지 반사적으로 점검하고 있었다.

AI와 자동화는 직업 전체를 한꺼번에 없애기보다 직업 안의 특정 업무를 빠르게 대체한다. 반복적인 업무가 자동화될수록 인간에게 요구되는 것은 하나의 기술을 오래 붙잡는 능력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역량을 새로운 문제와 시장에 옮겨 적용하는 능력이다. 

— 본문 중에서

성공의 정점에서 다음을 준비한다는 것


기업에 관한 챕터는 개인에 관한 챕터보다 더 서늘하게 읽혔다. 저자는 카카오, 애플, 아마존, 레고의 사례를 들며 말한다. 성공한 기업일수록 더 빨리 다음 피벗을 준비해야 한다고. 한때 기업을 성장시켰던 제품과 수익 모델은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변화를 가로막는 족쇄가 된다는 것.

이 대목에서 내가 자꾸 떠올린 것은 단지 기업만이 아니었다. 우리 각자도 그렇지 않은가. 한때 나를 여기까지 데려다준 방식, 한때 통했던 나만의 공식. 그것이 어느 순간부터 나를 다음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붙드는 것은 아닐까. 저자가 기업을 향해 던지는 질문은 사실 개인을 향한 것이기도 하다. 당신은 과거의 성공 방식을 지키고 있는가, 아니면 다음 게임의 룰을 만들고 있는가.

피벗은 결심이 아니라 실험이다


책의 후반부에서 저자는 실행의 문제를 다룬다. 피벗은 단번의 결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 작은 실험을 반복하면서 방향을 조금씩 수정해 나가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 부분이 이 책을 단순한 동기부여 서적과 다르게 만드는 지점이다. 피벗을 하라고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신호를 읽어야 하는지,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바꿀 것인지, 실패를 어떻게 학습으로 전환할 것인지를 꽤 구체적으로 안내한다.

물론 이 책이 모든 것에 답을 주지는 않는다. 피벗은 결국 자신이 걸어야 할 길이고, 어느 책도 그 길을 대신 걸어줄 수 없다. 그러나 채은 적어도 내가 지금 서 있는 자리와 방향을 다시 한번 점검하게 만든다. 변화를 두려워하거나 무작정 뛰어들기 전에, 잠시 멈추고 물어보게 한다. 나는 무엇을 붙잡고, 무엇을 향해 몸을 돌릴 것인가.

변화가 두려운 것은 변화 자체가 아니라, 내가 그동안 쌓아온 것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저자는 그 두려움은 그것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2026년의 세계는 분명 조금 다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AI는 어제도, 오늘도 누군가의 일을 조금씩 대신하고 있고, 산업의 지형은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달라지고 있다.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이 책이 던진 질문은 책장을 덮은 뒤에도 한동안 마음속에 남아 맴돌았다.

피벗. 방향을 바꾼다는 것. 그것은 도망이 아니라, 더 잘 싸우기 위한 포지션 이동이다. 그 사실을 이 책은 조용하고 단단하게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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