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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고 생각하기

「그릿」 저자의 고백 "나도 버티기만으론 안 됐다" | 앤젤라 더크워스 『시추에이티드』 리뷰

by SSODANIST 2026.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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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이 버텼는데, 왜 누구는 피어나고 누구는 시들까?

열심히 하는데 이상하게 안 풀린다면, 문제는 당신의 의지가 아니라 '서 있는 자리'일지도 모른다. 『그릿』으로 "재능보다 끈기"를 말했던 앤젤라 더크워스가 이번엔 이렇게 말한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기 전에, 상황부터 더 낫게 만들라."

그래서 나도 결심했다. 더 버티기 전에, 자리부터 바꾸기로.

 


바쁜 분들을 위한 3줄 요약

  • 그릿은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때가 있다.
  • 공간, 동료, 멘토, 문화. 이 네 가지가 우리를 생각보다 훨씬 크게 좌우한다.
  • 의지력으로 유혹을 이기려 애쓰지 말고, 유혹이 닿지 않는 곳에 서라.

1. "노력하면 된다"를 믿던 사람의 의문

운 좋게 비즈니스북스의 지원으로 『그릿』의 저자 앤젤라 더크워스의 신작 『시추에이티드(Situated)』 가제본을 먼저 읽었다.

예전에 『그릿』을 몇 번이고 읽으며 밑줄을 참 많이 그었다. 재능보다 열정과 끈기라는 말이 좋았다. 영업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에게 "노력하면 된다"는 말은 거의 신앙 같은 것이었으니까.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슬그머니 의문이 생겼다. 똑같이 버텼는데 왜 어떤 사람은 피어나고 어떤 사람은 시들었을까.

혹시 나는 버틴 게 아니라,
버틸 수 있는 자리에 운 좋게 서 있었던 건 아닐까.

 

2. 『시추에이티드』가 던지는 단 한 줄의 메시지

책을 펼치자 그 의문에 대한 답이 먼저 나왔다. 그릿은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때가 있다. 미국에서 나오자마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그릿만큼 세게 맞았다"는 평이 잇따랐다는데, 읽어보니 과장이 아니었다.

저자는 우리를 좌우하는 네 가지 '상황'을 짚는다.

  • 공간: 손 닿는 곳에 무엇이 있는가
  • 동료: 곁에 누가 있는가
  • 멘토: 누가 나를 이끌어주는가
  • 문화: 어떤 조직과 공동체에 몸담고 있는가

핵심은 이것이다. 의지력으로 유혹을 이기려 애쓰지 말고 유혹이 닿지 않는 곳에 서라. 쉬운 길이 반칙처럼 느껴져도, 실은 그게 가장 현명한 해법일 수 있다.

테일러 스위프트, 마이클 펠프스 같은 이름도 나오지만 정작 마음을 붙든 건 저자 자신의 고백이었다. 번아웃과 결혼 생활의 위기 앞에서 자신을 바꾸려 애쓰는 대신, 상황을 바꾸며 길을 찾았다는 이야기.

『그릿』의 저자가 "나도 버티기만으로는 안 됐다"고 털어놓는 장면은
묘하게 위로가 됐다.

 

3. 2천 년 전 순자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읽는 내내 순자가 떠올랐다. 「권학」편에 이런 구절이 있다.

"쑥이 삼밭에서 자라면 붙들어주지 않아도 곧게 자란다."
蓬生麻中 不扶而直 (봉생마중 불부이직)

제멋대로 구불거리는 쑥도 곧게 뻗는 삼 사이에 있으면 저절로 곧아진다는 뜻이다. 그래서 군자는 사는 곳을 가리고 사귀는 사람을 고른다고 했다. 맹자의 어머니가 세 번 이사한 것도 같은 이치였을 것이다.

더크워스가 수십 년의 연구로 증명한 것을, 2천 년도 더 전의 스승은 쑥과 삼으로 이미 말하고 있었던 셈이다.

 

4. 새 회사 대표로서 뜨끔했던 순간

뜨끔했다. 올여름 새 회사에 대표로 부임하면서 나는 무엇부터 바꿨던가. 사람들에게 조금만 더 버텨달라고, 더 노력해달라고만 하지 않았나. 정작 그들이 곧게 자랄 수 있는 삼밭을 만드는 일은 뒤로 미뤄둔 채.

리더의 일은 그릿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그릿이 보상받는 상황을 설계하는 일이다.

 

5. 솔직히 아쉬운 점도 있다

사는 동네까지 바꾸라는 조언은 누구에게나 쉬운 선택지가 아니다. 상황을 고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특권일 수 있다는 물음에 책이 얼마나 정면으로 답하는지는 정식 번역본에서 더 꼼꼼히 확인하고 싶다.

해외 독자들 사이에서도 "그럭저럭 괜찮다"는 미지근한 평이 섞여 있는 걸 보면, 『그릿』만큼의 충격을 기대한다면 다소 익숙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유명인 사례로 끌고 가는 미국식 자기계발서의 문법도 그대로다.

 

책을 덮고 남긴 세 가지 (오늘 바로 해볼 것)

  1. 의지를 다지기 전에 책상 위부터 정리할 것.
  2. 내 곁의 사람들이 나를 어디로 데려가고 있는지 돌아볼 것.
  3. 우리 조직이 누군가에게 삼밭이 되어주고 있는지 물을 것.

버티는 힘은 여전히 소중하다. 다만 이제는 안다. 쑥이 곧게 자라는 비결은 쑥의 근성이 아니라, 어디에 뿌리내렸느냐에 있다는 것을.

한국어판이 나오면, 이번엔 아들 책상에도 한 권 올려둘 생각이다.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 열심히 하는데 성과가 안 나서 지친 직장인
  • 팀원에게 "조금만 더"를 말하고 있는 리더와 관리자
  • 『그릿』을 감명 깊게 읽었던 독자
  • 아이의 공부 환경과 친구 관계를 고민하는 부모

책 정보

  • 제목: 시추에이티드
  • 원제: Situated: Find the People and Places That Bring Out Your Best
  • 부제: 의지, 노력, 끈기를 성공으로 연결하는 사람과 장소의 힘
  • 저자: 앤젤라 더크워스 (『그릿』 저자)
  • 옮긴이: 신솔잎
  • 출판: 비즈니스북스 (예정)
  • 출간: 2026년 11월

여러분을 곧게 자라게 해준 '삼밭'은 어디였나요? 사람이든, 장소든, 조직이든 댓글로 나눠주세요. 이 글이 와닿았다면 지금 버티느라 지친 누군가에게 공유해 주셔도 좋겠습니다.

 

※ 이 글은 비즈니스북스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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