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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멤버 기고글

52통의 편지,받은 사람보다 보낸 사람이 더 성장했다

by SSODANIST 2026. 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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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진심을 다할 때, 가장 먼저 성장하는 것은 나 자신이다
 
2022년 5월의 어느 금요일, 저는 조금 민망한 짓을 시작했습니다. 팀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낸 것입니다. 제목은 「안녕하세요, 김희종입니다」. 그 시절 저는 위기의 조직을 이끌고 있었고, 평소 낯을 많이 가려 입으로 못 했던 말들을 글로 전하고 싶었습니다. 거창한 동기는 없었습니다. 그냥, 함께 잘 버텼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레터는 딱 일 년 뒤, 52번째 금요일에 마무리됐습니다. 휴가를 가도, 해외 출장 중에도, 몸이 좋지 않아도 거르지 않았습니다. '어떤 회장님이 그렇게 하셨다더라', '어떤 CEO님이 1년을 한 번도 안 빠지셨다더라'는 이야기를 듣고 흉내를 내보려 했으니, 일종의 벤치마킹이라고 할까요. 결과적으로 말씀드리면 흉내를 낸 것은 저였지만, 가장 많이 바뀐 것도 저였습니다.
 
주는 척했더니, 받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처음에 저는 꽤 '좋은 리더'가 되고 싶었습니다. 매주 글을 쓰면 팀원들이 저를 좀 다르게 보지 않을까 하는, 아주 인간적인 계산도 없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매주 한 편의 글을 완성해야 하는 처지가 되고 보니, 그런 계산을 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쓸 말이 없어서 진짜 고민을 했고, 고민하다 보니 제 인생을 돌아보게 됐고, 돌아보다 보니 반성도 하고 위로도 받았습니다.

52번째 레터에서 저는 이런 문장을 썼습니다.
 
"돌아보니 글을 쓰고 고민을 하며 저의 인생을 많이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고, 반성도 하고 위로도 받았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여러분을 위해 쓴 글은 저의 고민이 되었고, 가장 성장한 것은 저 자신이었습니다."
 
남을 위해 쓴다고 생각했는데, 쓰는 내내 제가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이것이 첫 번째 역설입니다.

요즘은 PT 선생님의 사업 고민을 들어주다가 저는 새 도메인을 배웠습니다. 최근에 헬스장 PT 선생님이 사업 걱정을 털어놓으셨습니다. 저는 들어드리고, 책도 선물하고, 함께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가 전혀 몰랐던 영역 소규모 서비스업의 단가 설정 방식, 개인 브랜딩, 수강생 리텐션 전략을 자연스럽게 배웠습니다. 그것도 꽤 깊이.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입니다. 제가 가르쳐주러 갔는데, 제가 더 많이 배웠습니다. 제가 도와주러 갔는데, 저의 세계가 넓어졌습니다. '남의 일'에 진심으로 뛰어들면 그 도메인의 지식과 감각이 나에게로 스며듭니다. 컨설턴트들이 왜 그렇게 빨리 성장하는지, 그날 처음 조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검은 머리 짐승을 키우는 법
직장에서 흔히들 말합니다. "검은 머리 짐승은 키우는 게 아니다." 도와줬더니 배신당했다는 쓴맛의 표현입니다. 저도 그 맛을 모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이렇게도 생각합니다. 어쩌면 그것은 제 진심이 닿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진심 없이 퍼준 것을, 상대는 당연히 '이해관계'로 읽었을 것입니다. 이해관계는 이해관계로 보답됩니다. 진심이 아닌 투자는, 언젠가 회수를 요구하는 채권이 됩니다.
반대로,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온전히 그 사람의 성장을 바랐던 관계는 시간이 지나도 이상하게 남아 있습니다. 의외의 순간에 돌아옵니다. 꼭 그 사람으로부터가 아니더라도.
 
"진심으로 누군가의 성장을 바랄 때, 그 에너지는 우주 어딘가에서 반드시 나에게 돌아옵니다. 믿거나 말거나. 하지만 저는 그렇게 살기로 했습니다."


오늘 당신의 금요일 레터는 무엇인가요
꼭 편지를 쓰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늘 옆자리 동료에게 커피 한 잔을 건네며 "요즘 어때요?" 하고 묻는 것도 됩니다. 팀 막내가 발표 준비를 하고 있다면 "리뷰 해줄까요?" 한마디를 건네는 것도 됩니다. 거창하지 않아도 됩니다.

중요한 것은 방향입니다. 나를 향하는 에너지가 아니라, 잠깐이라도 누군가를 향하는 에너지. 그 방향이 바뀌는 순간, 이상하게도 내가 채워지기 시작합니다.

직장 생활은 팍팍합니다. 성과 압박, 평가, 승진, 관계 모든 것이 나를 소진시키는 방향으로 설계된 것 같습니다. 그럴수록 역설적으로 한 번쯤 바깥을 향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누군가에게 조금 더 진심이 되어보는 것. 그것이 결국 나를 위한 가장 영리한 투자입니다.

52통의 편지를 다 쓰고 나서, 저는 리더로서 팀원들에게 무언가를 해줬다는 뿌듯함보다, 제가 1년 동안 단단해졌다는 안도감이 더 컸습니다. 그게 솔직한 이야기입니다.

오늘은 금요일입니다. 당신의 레터를, 커피를, 혹은 진심 어린 한마디를 누군가에게 건네보시는 건 어떨까요. 아마 가장 먼저 성장하는 건, 보낸 사람인 당신일 것입니다.
 
남을 위한 진심은, 결국 나를 키우는 가장 느리고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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