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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고 생각하기

부처님 말씀대로 살아보니

by SSODANIST 2026.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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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부처님 말씀대로 살아보니
  • 부제: 인생이 가벼워지는 15가지 불교 수업 
  • 저자: 토니 페르난도
  • 옮긴이: 강정선
  • 출판: 윌마
  • 출간: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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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말씀대로 살아보니 | 토니 페르난도

“부처는 인간의 마음을 해부한 인류 최초의 심리학자였다.”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실제 진료 현장을 이끌어 온 정신과 의사 토니 페르난도는 불안과 고통의 근원을 탐구하며, 2,600년 전 마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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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이 건네는 위로 

나는 불교 신자는 아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이 복잡한 날이면 절을 찾는다. 특별한 기도를 올리는 것도 아니고, 그저 대웅전 마루에 잠깐 앉아 있다가 내려올 뿐이다. 그런데도 산문을 나설 때면 어깨에 얹혀 있던 무언가가 조금은 가벼워져 있곤 했다. 그 알 수 없는 편안함의 정체가 늘 궁금했다. 이번 책을 읽으며, 나는 비로소 그 편안함에 이름을 붙일 수 있게 되었다.

저자는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이십 년 넘게 환자를 만나온 정신과 의사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다는 나라들에서조차 사람들이 끝없이 불안해하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지켜보았고, 결국 자기 자신도 그 불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가 찾아간 곳이 병원 밖, 절 안이었다. 그는 네 번이나 잠시 출가하여 승복을 입고 수행했고, 그 경험을 통해 이천육백 년 전 한 사람이 이미 인간의 마음을 정확히 꿰뚫어 보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는 부처님을 이렇게 부른다. “인류 최초의 심리학자.”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불교를 종교로서가 아니라 마음을 다루는 기술로 풀어낸다는 데 있다. 부처님은 고통에 ‘두카’라는 이름을 붙였고, 생각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상태를 ‘파판차’라 불렀다. 진단이 있고, 원인이 있고, 처방이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처방이 거창하지 않다. 저자가 가장 사랑한다는 수행법은 다름 아닌 설거지다. 손을 물에 담그고, 그릇의 감촉과 물의 온도를 온전히 느끼며 한 접시씩 닦아나가는 것. 그는 설거지가 괴로운 건 설거지를 하지 않을 때뿐이라고 말한다. 막상 소매를 걷고 시작하면 그 순간은 의외로 평온하다는 것이다.

나는 이 대목에서 절에서 느꼈던 편안함의 정체를 알 것 같았다. 절이 나에게 준 것은 대단한 깨달음이 아니었다. 그것은 잠시나마 ‘지금 이 순간’ 외에는 아무것도 붙들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었다. 우리를 무겁게 하는 것은 대개 지나간 일에 대한 후회이거나, 아직 오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이다. 

부처님은 그 짐을 붙들고 사는 것이 곧 고통이라 말했고, 저자는 그 가르침을 뗏목에 비유한 부처님의 말을 인용한다. 강을 건넜다면 뗏목은 미련 없이 두고 가야 한다고. 나를 여기까지 데려다준 생각이나 신념조차,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면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집착에서 놓여나는 것, 그것이 곧 가벼워지는 것이라는 말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책은 계율과 보시, 마음챙김을 차례로 다루면서도 결코 훈계하듯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진료실에서 만난 환자들의 이야기, 미얀마에서 탁발하며 느낀 부끄러움과 감동 같은 지극히 인간적인 장면들로 채워져 있어서, 읽는 내내 저자가 나에게 조용히 곁을 내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다. 서양의 임상심리학 언어로 불교를 설명하려는 시도가 때로는 지나치게 체계적이어서, 불교가 본디 지녔던 여백과 신비로움이 살짝 옅어지는 순간들이 있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뇌과학과 행동요법으로 촘촘히 번역해내는 과정에서, 정작 그 가르침이 지닌 침묵의 힘은 조금 뒤로 밀려난 것은 아닐까 하는 아쉬움도 든다.

그럼에도 이 책을 덮으며 나는 오랜만에 절에서 내려오던 그 발걸음을 다시 떠올렸다. 대단한 답을 얻어서가 아니라, 무언가를 굳이 붙들지 않아도 괜찮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기 때문일 것이다. 신자가 아니어도 괜찮다. 부처님의 말씀은 애초에 믿음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저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가만히 들여다보라고 권할 뿐이다. 오늘 저녁, 설거지를 하며 나도 손끝에 닿는 물의 온도를 한번 느껴보려 한다. 그것만으로도 하루가 조금은 가벼워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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