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했던 매 순간

말로 다 전하지는 못했지만, 돌이켜보면 함께했던 매 순간이 감사했고 고마웠다.
직장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수많은 사람과 만나고 헤어진다. 처음에는 일이 먼저 보였다. 누가 일을 잘하는지, 누구의 판단이 빠른지, 어떤 성과를 냈는지가 중요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성과보다 사람이 오래 남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힘든 시기를 함께 견딘 사람, 말없이 빈자리를 메워준 사람, 잘못된 방향으로 갈 때 조용히 붙잡아준 사람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사원일 때는 선배의 조언을 간섭으로 받아들인 적도 있었고, 동료의 도움을 당연하게 여긴 적도 있었다. 내가 애쓴 만큼만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했다. 리더가 되고 나서야 한 사람의 성과 뒤에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배려와 양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누군가는 한 번 더 확인했고, 누군가는 내 실수를 밖으로 드러내지 않았으며, 누군가는 공을 나누고 책임을 더 많이 졌다.
고마운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표현하는 데 서툴렀다. 바쁘다는 이유로, 쑥스럽다는 이유로, 다음에 말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감사의 말을 미뤘다. 마음으로 알고 있으면 충분하다고 여겼지만, 말하지 않은 마음은 상대에게 닿지 않는다. 고마움에도 때가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감사는 좋은 기억만을 뜻하지 않는다. 당시에는 서운했고 이해하기 어려웠던 말도 시간이 지나며 다르게 읽힌다. 나를 단단하게 만든 충고, 쉽게 타협하지 못하게 한 기준, 책임을 피하지 않도록 한 질책도 결국은 성장의 일부였다. 물론 모든 상처를 배움이라는 말로 덮을 수는 없다. 잘못된 말과 방식은 분명히 돌아봐야 한다. 그래도 그 시간을 지나며 무엇을 지켜야 하고 무엇은 반복하지 말아야 하는지 배웠다.
후배들을 보며 예전의 나를 떠올릴 때가 있다. 인정받고 싶어 조급해하고, 혼자 해내야 한다고 믿으며, 도움을 받아도 제대로 감사하지 못하던 모습이다. 그래서 이제는 결과만 칭찬하기보다 함께한 사람을 기억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혼자 이룬 성과처럼 보여도 그 곁에는 반드시 손을 내민 사람이 있다.
나 역시 앞으로는 고마움을 마음속에만 두지 않으려 한다. 늦었더라도 말하고, 짧더라도 표현하고, 함께한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려 한다. 리더의 자리는 앞에서 이끄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자신을 여기까지 밀어주고 붙잡아준 사람들을 잊지 않는 자리이기도 하다.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면 내가 잘해서 온 길이라기보다 함께 걸어준 사람들 덕분에 올 수 있었던 길에 가깝다. 미처 말하지 못한 감사가 많다. 그래서 오늘은 마음속으로만 남겨두지 않고 말하고 싶다. 함께해주어서 고마웠고, 그 모든 순간이 감사했다.
모두 행복하고 건강한 명절을 보내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