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다반사

정반대의 두 리더 앞에서, 나는 뭐였을까

SSODANIST 2026. 9. 14.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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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반대의 두 리더 앞에서, 나는 뭐였을까

지난주말 디즈니플러스에서 '킬러들의 쇼핑몰' 시즌2를 몰아봤다. 다 보고 나서 한참을 멍하니 앉아있었는데, 웃긴 건 화려한 액션 신도 아니고 잘짜여진 반전도 아니고, 정지만이랑 쿠사나기진 그 두 캐릭터 리더십이 계속 머릿속에 남아서였다.

한 명은 딱 정해놓고 밀어붙이는 타입이었다. 목표 서면 흔들림 없고, 자기을 위해 최선을 다하며 필요하면 사람 목습 정도도크게 신경 안 쓰는 그런 부류였다.  옆에 있는 사람들은 그 확신에 기대서 따라가긴 하는데, 뭔가 자기 목소리는 점점 줄어드는 게 보였다. 반대로 다른 한 명은 늘 전략은 있지만 시종일관 헤맸다. 답 안 정해놓고, 자기가 틀렸다 싶으면 바로 인정하고 다시 물어보고. 답답해 보였는데, 이상하게 그 밑에 있는 사람들은 자기 말을 할 수 있는 틈이 생겼다.

스포는 최대한 안하겠다. 그런데 시즌 끝날 때쯤 되니까 둘의 위치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한 명은 처음이랑 똑같았고, 다른 한 명은 완전히 딴 사람이 돼 있었다. 그거 보면서 갑자기 현타가 왔다. 나는 20년 넘게 조직 생활 하면서 어느 쪽이었을까?

옛날에 노자가 도덕경에서 리더를 네 등급으로 나눴다는 얘기가 있다. 제일 밑바닥은 백성이 무시하는 리더, 그다음은 무서워하는 리더, 그다음은 좋아하고 칭찬하는 리더. 근데 제일 위에 있는 건 백성이 그 리더가 있는지도 잘 모르는 리더라는 것이다. "太上, 下知有之." 일이 잘 되면 사람들이 "우리가 알아서 잘한 거지" 하고 만다는 거것이다. 리더 이름은 아예 안 나온다.

처음 이 얘기 들었을 때는 그게 뭔 소리인가 싶었다. 존재감 없는 게 어떻게 최고의 리더냐고. 근데 나이 먹고 조직 좀 맡아보니까 이제 알것같다. 확신에 찬 목소리로 방향 딱딱 잡아주는 사람, 처음엔 참 든든하다. 근데 그 확신이 옆 사람들 생각까지 대신하기 시작하면, 그 조직은 딱 리더 그릇만큼만 크는 것이었다. 반대로 답을 서둘러 안 주는 리더 밑에서는, 사람들이 각자 생각할 자리가 남는다. 느리긴 한데, 그 조직은 리더보다 커진다.

정지만이 시즌 내내 계속 성장한 것도 그런 이유였을것이다. 처음부터 이유는 있지만 답은 없었다. 대신 매번 흔들리고 실패하고 다시 물었다. 그 과정 자체가 사람을 강하고 더 크게 키운 것이다. 반대로 처음부터 답 다 갖고 있던 쪽은, 딱 그 모습에서 못 벗어난다. 세 보이는 사람보다 계속 흔들리는 사람이 결국 더 멀리 가더라는 거, 이게 이 드라마가 나한테 던진 제일 큰 질문이었다.

근데 정말 웃긴 건  나는 딱 후자인 확신 쪽이었다. 빨리 결정하고 밀어붙이는 게 리더 자격이라고 착각하면서 살았으니까. 답도 없으면서 답 있는 척을 참 많이도 했고, 그거 참 잘했다. 부끄럽지만 인정할 줄도 알아야 했는데 왜 그리도 냉정하고 속좁았을까? 이제라도 좀 바꿔볼까 싶은데, 또 성격이 어디 가겠나 싶기도 하고. 그래도 일단 좀 바꿔보려고 한다. 답 빨리 내놓는 대신 물어보는 거. 내 확신보다 옆 사람 생각을 좀 믿어보는 거. 정지만처럼 나도 아직 다 자란 어른이 아니라는 거, 그거 하나는 이제 인정하고 살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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