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다반사

과학적으로 옳다는 착각 - 누가 왜 가짜 과학을 만들고 퍼뜨리고 악용하는가

SSODANIST 2026. 9. 11.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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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과학적으로 옳다는 착각
  • 부제: 누가 왜 가짜 과학을 만들고 퍼뜨리고 악용하는가 
  • 저자: 지바 사토시
  • 옮긴이: 김종현
  • 출판: 부키
  • 출간: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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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으로 옳다는 착각 | 지바 사토시

진화학, 유전학, 생태학을 중심으로 “언뜻 과학적으로 옳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신뢰할 수 없는 주장, 잘못된 주장, 유해한 주장, 아예 과학이 아닌 주장” 등 우리가 잘 모르거나 잘못 알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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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으로 증명됐다'는 말 앞에서, 나는 왜 이렇게 약해질까


몇 해 전 한창 코로나가 유행할때 단체 채팅방에 이런 글이 돌았다. "이거 다 과학적으로 증명된 거래요"로 시작해서, 백신 맞히지 말라는 결론으로 끝나는 긴 글. 그럴듯한 논문 제목에 숫자, '전문가' 이름까지 붙어 있었다. 몇몇 학부모님들은 그 글을 캡처해서 서로 퍼 날랐고, 나도 사실 잠깐 멈칫했다. 부끄럽지만 '과학적으로'라는 네 글자 앞에서 순간 무장해제됐던 거다. 상무니 대표니 하는 타이틀 달고 다니면서도, 결국 이 정도밖에 안 되는구나 싶었다.

지바 사토시의 '과학적으로 옳다는 착각'을 읽으면서 그날 채팅방이 계속 생각났다. 진화생물학자인 저자는 1998년 영국 의사 앤드루 웨이크필드가 발표한 조작 논문 하나가 어떻게 수십 년째 백신 반대 운동의 씨앗으로 살아남았는지 담담하게 추적한다. 논문은 진작 철회됐고 웨이크필드는 의학계에서 쫓겨났는데, 정작 대중의 믿음은 철회가 안 됐다. 오히려 그는 '부당하게 박해받은 구세주'로 떠받들어졌다. 사실이 밝혀져도 믿음은 잘 안 꺾인다는 것, 이 책이 던지는 가장 서늘한 한 방이었다.

저자는 여기서 안 멈춘다. "왼손잡이는 9년 일찍 죽는다", "범죄를 부르는 유전자가 따로 있다" 같은 주장부터, 어느 나라는 교육과정에서 주기율표를 통째로 지워버렸다는 사례까지 들이밀며 묻는다. 우리는 왜 '과학적'이라는 포장지만 확인하고 정작 안에 뭐가 들었는지는 안 열어보는 것일까?

이쯤에서 나는 소크라테스가 떠올랐다. 그가 아테네에서 제일 지혜롭다는 소리를 들은 이유는 아는 게 많아서가 아니라, 자기가 모른다는 걸 알고 있어서였다. 지바 사토시가 책 내내 되풀이하는 얘기도 결국 같은 지점을 가리킨다. 과학의 결론은 영원한 진리가 아니라 언제든 뒤집힐 수 있는 잠정적인 답일 뿐이라는 것. 그걸 인정하는 태도가 진짜 과학적 태도고, 반대로 '내가 맞다'는 확신이 차오르는 순간이야말로 거짓에 제일 취약해지는 순간이라는 얘기다. 몇십 년을 회의실에서 "데이터가 이렇게 나왔으니 맞다"고 밀어붙이며 살아온 나로서는, 뜨끔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솔직히 술술 읽히는 책은 아니다. 진화학에 유전학에 생태학까지 넘나드는 사례가 촘촘히 이어지다 보니 중반부턴 숨이 좀 찼다. 그래도 끝까지 붙든 건, 저자가 던지는 다섯 가지 질문 — 출처는 어디인가, 누가 주장하는가, 반복 검증됐는가, 숫자의 맥락은 뭔가, 지나치게 단정적이진 않은가 — 이 어떤 거창한 이론보다 당장 써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날 채팅방에서 나는 결국 아무 말도 못 보탰다. 그런데 이제는 좀 알 것 같다. 다음에 비슷한 글 받으면 '과학적으로'라는 말 대신 이 다섯 가지부터 물어봐야겠다. 그리고 우리 애한테도, 회사 후배들한테도 슬쩍 가르쳐주고 싶다. 뭘 안다고 믿는 순간이 아니라, 모른다는 걸 인정하는 순간에 진짜 앎이 시작된다는 걸.

오늘도 한수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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