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고 생각하기

바보이반 이야기

SSODANIST 2026. 7. 16.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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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바보 이반의 이야기 톨스토이 동화집
저자: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출판: 창비

출간: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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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이반의 이야기 | 재미있다! 세계명작 2 | 레프 톨스토이

재미있다! 세계명작 시리즈 2권. 메마른 땅에 단비처럼 민중의 가슴에 스며들어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은 톨스토이의 동화 중에서 사랑과 용서, 이해심에 대한 이야기들을 한데 모았다. 뛰어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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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 이야기는 오래 사랑받는가

세상에는 두 종류의 책이 있다. 읽고 나서 무언가를 알게 되는 책과, 읽고 나서 무언가를 잊게 만드는 책. 톨스토이의 『바보 이반』은 후자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 성공, 영리함, 지배을 조용히 해체하면서, 독자는 어느 순간 스스로가 쌓아온 가치관의 허약함 앞에 서게 된다.

1886년에 발표된 이 짧은 우화는 세 형제의 이야기다. 전쟁을 잘하는 큰형, 재물을 잘 모으는 둘째, 그리고 그저 묵묵히 밭을 가는 막내 이반. 세상은 처음 두 형제의 편인 듯 보인다. 그러나 이야기는 결국 이반의 것이 된다. 아무것도 쟁취하지 않았음에도.

이 작품이 140년 가까이 읽히는 이유는 단순하다. 진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진실은 설교의 형식이 아니라 동화의 옷을 입고 온다. 악마가 등장하고, 마법이 펼쳐지고, 왕국이 세워진다. 그러나 독자는 이 모든 것이 우리 시대의 이야기임을 안다. 톨스토이는 이반을 ‘바보’라 부르게 함으로써 하나의 역설을 제시한다. 이반은 꾀가 없고, 속임수를 모르며, 경쟁할 줄 모른다. 그런데 바로 그것 때문에 악마도, 권력도, 탐욕도 그를 이길 수 없다.

우리가 배워야 할 것들

이반은 아무것도 주장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이 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형들보다 낫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단지 지금 눈앞의 일을 성실하게 할 뿐이다. 이것이 첫 번째 가르침이다. 비교하지 않는 삶, 경쟁하지 않는 존재 방식.

두 번째는 손의 철학이다. 이반의 왕국에는 규칙이 하나 있다. 손에 굳은살이 없는 자는 밥상에 앉지 못한다. 이것은 단순한 노동 예찬이 아니다. 몸으로 땅을 일구고,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구체적 실천이야말로 삶의 정당성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속임수에 대한 면역이다. 악마는 이반을 상대로 계속 실패한다. 왜냐하면 이반은 이득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유혹이 통하려면 욕망이 있어야 한다. 욕망이 없는 자는 조종되지 않는다. 우리가 일상에서 얼마나 많은 ‘악마의 제안’에 흔들리는지를 생각하면 이 가르침은 뼈아프다.

네 번째는 말과 지식에 대한 경계다. 영리한 사람들이 이반의 왕국에 와서 말로 다스리려 하지만, 이반의 사람들은 알아듣지 못한다. 말만 앞서고 실천이 없는 지식, 사람들의 삶과 유리된 이론—그것은 이반의 왕국에서 아무런 힘도 갖지 못한다.

이반처럼 산다는 것

이반처럼 살라는 것은 멍청하게 살라는 말이 아니다. 영리함을 삶의 목적으로 삼지 말라는 말이다. 우리는 더 영리하게 남을 이기고, 더 교묘하게 이득을 취하고, 더 빠르게 결과를 얻으려 한다. 그러나 이반의 이야기는 묻는다—그 영리함이 결국 당신을 어디로 데려갔는가.

이반처럼 산다는 것은 오늘의 밭을 간다는 뜻이다. 거창한 미래를 설계하기 전에, 지금 내 앞의 사람에게 성실하고, 지금 내 손에 쥔 일에 정직하며, 지금 이 자리에서 도망치지 않는 것. 결과를 약속받지 못한 채 씨앗을 심는 것—그것이 이반의 삶이다.

또한 이반처럼 산다는 것은 빼앗기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는 형들이 재물을 가져가도 다투지 않고, 악마가 방해해도 무너지지 않는다. 그 단단함은 욕심이 없기 때문에 가능하다. 갖고자 하지 않으니 잃을 것도 없고, 잃을 것이 없으니 두려울 것도 없다.

『바보 이반』을 덮고 나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것은 이반의 얼굴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얼굴이다. 나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영리해지려는 노력’에 쏟았는가. 얼마나 많은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 움켜쥐었는가. 이반은 우리에게 정답을 주지 않는다. 다만 다른 방향을 가리킬 뿐이다.

그 방향이 어리석어 보일지라도—어쩌면 그래서—그것은 오래된 진실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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