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고 생각하기

모럴 앰비션_Moral Ambition

SSODANIST 2026. 6. 24.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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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모럴 앰비션

원제 : Moral Ambition

부제: 이기적 야망의 종말 검색
저자: 뤼트허르 브레흐만

옮긴이: 이정민

출판: 인플루엔셜

출간: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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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럴 앰비션 | 뤼트허르 브레흐만

‘위기의 순간, 인간은 선한 본성에 압도당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이기적 인간의 편견을 깨뜨린 《휴먼카인드》의 저자 뤼트허르 브레흐만이 《모럴 앰비션》으로 돌아왔다. 냉소와 경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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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을 낭비하지 말라는불편한 초대장 

책을 덮고 나서 한참 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불쾌한 질문 하나가 마음 한편에 가시처럼 박혀 빠지지 않았다. 나는 지금 내 재능을 가장 중요한 일에 쓰고 있는가? 

『휴먼카인드』로 "인간은 근본적으로 선하다"는 주장을 설득력 있게 펼쳐 보인 네덜란드 역사학자 뤼트허르 브레흐만이 신작 『모럴 앰비션』에서 한층 더 날카로운 질문을 들고 돌아왔다. 전작이 인간 본성에 대한 냉소를 논파하는 지적 쾌감을 안겨줬다면, 이번 책은 그 선한 본성을 품고서도 정작 아무것도 하지 않는 우리에게 조용하지만 집요하게 책임을 묻는다.

브레흐만이 이 책에서 직접 겨냥하는 독자는 꽤 구체적이다. 똑똑하고 능력 있지만, 그 능력을 광고 클릭률을 높이거나 복잡한 금융 알고리즘을 짜는 데 쓰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는 이런 직업들을 거침없이 '불쉿 잡(bullshit jobs)'이라고 부른다. 세상에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는 일들. 처음 그 표현을 읽었을 때는 과격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읽어나갈수록 그 무례함은 정확한 진단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당신이 가진 재능은 지금 이 시대가 가장 시급하게 필요로 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쓰이고 있는가? 아니면 그저 쌓이고 있는가."

저자는 역사 속 인물들을 통해 선한 야망이 실제로 세상을 바꿔왔음을 보여준다. 18세기 영국에서 노예제 반대 운동을 혼자 시작한 토머스 클락슨, 2003년 우연히 말라리아 다큐멘터리를 보고 결국 세계 최대 말라리아 퇴치 단체를 세운 롭 매서. 그들은 영웅이 아니었다. 단지 문제를 인식하는 데 그치지 않고 행동에 나선 사람들이었다. 브레흐만이 특히 인상 깊게 다루는 인물은 로자 파크스다. 우리는 그녀를 버스 안에서 자리를 양보하기를 거부한 평범한 재봉사로 기억하지만, 실제로 그녀는 수년간 민권 운동에 몸담으며 저항 전술 워크숍에 참여한 숙련된 활동가였다. 즉흥적 분노가 아니라 치밀하게 준비된 행동이었다. 이 디테일은 단순히 역사적 사실의 교정이 아니라, 책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압축한다. 선한 마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전략이 필요하다.


읽으면서 가장 불편했던 대목은 '인식과 행동 사이의 간극'을 짚는 부분이었다. 브레흐만은 기후 위기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면서 비행기를 타고, 공장식 축산이 문제라는 것을 알면서 고기를 먹는 사람들을 묘사한다. 나 역시 그 대열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걸 안다. 정치를 소비하지만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다. 문제를 인식하지만, 인식하는 것에서 멈춘다. 저자는 이런 태도를 '정치적 하비이즘(political hobbyism)'이라고 부른다. 이슈에 대해 이야기하고 분노하는 것이 실제 행동을 대체하는 착각. 읽으며 씁쓸했던 것은, 그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과 너무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이 완벽한 설득력을 갖추고 있는 건 아니다. 브레흐만은 '모럴 앰비션'의 통로로 비영리 단체나 사회적 기업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면이 있다. 일반 기업에 다니는 사람, 혹은 간병인이나 교사처럼 세상의 기반을 조용히 떠받치는 사람들의 역할은 다소 평가절하되는 인상을 준다. 그리고 이미 충분히 알려진 랄프 네이더나 피터 싱어의 이야기는 독자에 따라 신선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한계들이 이 책의 핵심 메시지를 크게 훼손하지는 않는다. 논증의 구멍보다 논증의 방향이 더 중요한 책이 있다면, 이 책이 그렇다.

"세상은 언제나 다수가 냉소하며 안주할 때, 선한 야망을 품고 행동한 소수에 의해 앞으로 나아갔다."

브레흐만의 글쓰기는 설교하지 않는다. 이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다. 도덕적 메시지를 담은 책은 어느 순간 독자를 향해 손가락질하기 쉬운데, 그는 끝내 그러지 않는다. 대신 역사적 사례와 데이터, 그리고 생생한 개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 스스로가 불편한 질문에 다다르도록 이끈다. 파이낸셜 타임스가 이 책을 두고 "설교하지 않는 낙관주의자의 선언문"이라고 평한 것은 정확하다.


책을 다 읽고 가장 오래 머물렀던 생각은 미래 세대에 관한 것이었다. 인류 역사상 가장 고도화된 기술과 가장 많은 자원을 가진 이 세대가, 광고 최적화 알고리즘을 더 정교하게 다듬는 데 천재성을 낭비하다가 예정된 파국을 방관했던 세대로 기억된다면. 브레흐만은 그 가능성이 결코 과장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리고 나는 그 말을 부정할 수가 없었다.

이 책은 자기계발서의 외피를 하고 있지만, 실은 훨씬 더 근본적인 질문을 건넨다. 성공이란 무엇인가. 쌓아가는 것인가, 기여하는 것인가. 나는 여전히 그 질문 앞에 서 있다. 답을 찾지 못했다. 그런데 어쩌면 그것이 이 책이 의도한 효과인지도 모른다. 당장 행동하라고 강요하는 책이 아니라, 행동하지 않는 자신을 직시하게 만드는 책. 가시가 빠지지 않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당신의 재능은 지금 가장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쓰이고 있는가. 이 질문이 불편하다면,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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